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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2021: 한국영화 BEST 5 – 씨네21

홍상수 감독은 올해 두편의 영화를 극장에 걸었고, 나란히 1, 2위에 뽑혔다. 왜 또 홍상수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홍상수이기 때문에 뽑힌 게 아니다. 좋은 영화 두편을 뽑고 보니 그저 홍상수 감독의 영화였을 뿐이다. 영화산업이 급격한 변화와 부침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직 홍상수만이 초연하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홍상수는 자신만의 길과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뚜벅뚜벅 나아가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는 현재를 산다. 그는 한번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반응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그의 영화 언저리에 죽음에 대한 실루엣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근작인 <당신얼굴 앞에서>에서 홍상수는 또 한 차례 자신의 현재를 증명했다. <당신얼굴 앞에서>는 “유쾌하고 우울하며, 기이하고 심오하다”(이지현). “살면서 마주하는 삶의 작은 순간을 영화에 살려서 곱씹게 하는 홍상수 특유의 연출”(오진우)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관객에게 스며든다. 그리하여 <당신얼굴 앞에서>는 “깨어 있는 사람이 살며 맞닥뜨리는 시간들을 존중하는 고운 영화”(이보라)이자 “죽음이 닥쳐오고 거짓이 범람할지라도 포옹과 기도의 힘을 믿는 맑고 따뜻한 영화”(박정원)로 거듭난다. 무엇보다 “유독 영화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만으로 작품을 구성한 이 영화에는 <북촌방향>에서 보았던 시간의 뒤틀림이나 인물들이 보이는 옹졸함이 없다. 심지어 감독의 작품에서 자주 보았던, 인물이나 사물을 당겨 잡는 카메라도 없다. 영화는 이렇게 사소해져만 가는데 울림은 더 광대해진다는 점이 놀랍다”(김성찬). 그렇게 “인물과 간만 존재하면 언제 어느 때고 의미 있는 순간을 길어내는 홍상수 마법의 연출력은 편수를 더할수록 단순해지면서 더욱 깊어”(허남웅)지는 중이다. “오로지 얼굴 앞을 응시하며 스스로의 구원에 이르는 기도와 발걸음, 시선 모두 아름답다.”(홍수정)
어쩌면 최고의 홍상수 영화는 언제나 최근작일지도 모르겠다.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내준 <인트로덕션>은 <당신얼굴 앞에서>에 비해서 좀더 익숙하고 정갈하다. 물론 그렇다고 반복되는 스타일이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인트로덕션>은 변화를 향한 기운으로 충만한, 문을 두드리는 영화다. 새로운 출발을 직접 응축한 듯한 “제목이 주는 시작의 느낌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씁쓸하고 쓸쓸”(이지현)하다. “흑백영화라기보다 차라리 흑에서 시작해서 백(白)에 가까워지려는” (오진우) 어떤 충동, 죽음의 그림자에 대한 이 영화는 “간결한 화법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것들에 관해 생각”(이보라)하게끔 유도한다. 많은 평자들이 <인트로덕션>을 ‘거리’와 ‘촉각’이란 키워드로 접근했다. “인물들은 떨어졌다 붙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순간들을 창조해내고 카메라는 인물과 세계의 ‘거리’를 탐색”(홍수정)한다. 한편 촉각의 스펙트럼도 매우 광범위하다. “주인공 영호가 겨울 바다로 들어가는데, 극장 관객석에 앉아 세찬 파도와 함께 씻겨 내려가는 느낌”(배동미)을 준다. “특히 후반 30분만 놓고 보면 올해 만난 한국영화 중 최고”(장영엽)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를 성립하는 최소한의 것들을 남기기 위한 교육이 된 지침서”(김소희)와 같은 이 작품은 “포옹과 포옹 사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상념들을 여지없이 담아냈다”(김철홍).
올해 유일하게 제자리를 지켜준 한국 상업영화다. 그것만으로도 <모가디슈>는 제 몫을 다했다. “볼만한 대중영화가 극히 드물었던 올해, 단연 돋보인다. 여기에는 부활한 류승완에 대한 지지도 포함된다” (이용철), “올해 장르영화의 승자. 기대만큼 흥미롭고 적당히 익숙하다. 여전히 류승완의 행보에 실패가 없다는 걸 <모가디슈>가 보여준다”(이지현)는 것처럼 평자들의 지지도 대부분 <모가디슈>의 상업적 성취에 주목했다. “독보적인 액션 시퀀스와 이국적인 로케이션의 매력,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이는 <모가디슈>는 대작이 사라진 자리, 한국 블록버스터영화의 매력을 다시금 관객에게 일깨워준 유의미한 작품”(장영엽)이다.
“아프리카 올 로케이션으로 한국영화의 공간을 확장시켰고, 분단이라는 한국적 소재에 과하지 않게 휴머니즘 몇 방울을 더하면서 액션과 드라마, 정치와 역사를 아우르는 더없이 매끈한 대중영화”(이주현)는 그렇게 홀로 고군분투하며 관객을 만족시켰다. “사회의식이 액션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 같은 영화”(김성찬)다. 무엇보다 <모가디슈>는 원숙하다. 더하기보다 빼기에 힘을 싣기 시작한 류승완 감독의 세계는 한층 단단해졌고 “발로 뛴 스탭의 노고”(허남웅)가 더해져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휴가>는 “힘주어 말하지 않고도 진심을 전달하는 미더운 영화”(박정원)다.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는 소박한 형식에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한국 노동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홍은애). “오랜 시간을 두고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함께 생활한 이란희 감독의 <휴가>는 노동자의 밥 먹는 행위와 가족과 보내는 일상을 통해 기존 노동영화에 없던 새로운 일면을 보여준다.”(임수연) 단편 <천막>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확장시킨 이 영화는 “당장이라도 고장날 것 같은, 무너진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불안하고 안타까운 일상을 보내야 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김현수). 여기서 중요한 건 인물의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다. 이란희 감독은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를 영웅시하지도, 연민하지도 않는다. 다만 신념의 무게가 일상을 짓누를 때 한 인간이 접어들게 되는 크고 작은 갈림길들을 보여주고, 그 앞에 선 인물의 선택을 차분히 따라간다. 그 선택이 곧 인물을,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게 만든다는 점이 <휴가>의 미덕이자 윤리다”(남선우). “영화로 보내는 시간이 누군가 제 힘으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과 끈질김을 체험시킬 수 있다면, 고도의 미학을 논하기 이전에 그 진실함에 굴복해도 좋을 것이다.”(김소미)
장우진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 시공간을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작가”(장영엽) 중 한 사람이다. “2020년 12월10일 개봉작이지만 2021년이 가도록 이 작품 이상으로 매혹적인 한국영화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남선우)는 고백에서 <겨울밤에>가 남기는 여운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실제의 장소에서 마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장소성을 뽑아내는 밤의 제의”(김소희)와도 같은 이 영화는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맨살을 맞대고 서로를 비추는 올해의 로드무비”(김소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겨울밤에>의 형식미는 신비로운 일면이 있다. “장우진 감독은 공간을 경유해 시간의 질서를 파괴하며 극중 인물의 행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 위에 감독의 일관된 세계가 선명하게 남아 탐험하고 탐구하게 하는 지적 재미로 충만하다.”(허남웅)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보여줄 수 없는 것 사이를 오가기 위해 현실과 환상을 병치”(남선우)하는 연출 방식은 “겹쳐 있는 시간과 기억 틈새로 상실과 고독을 발견하는 슬픈 꿈” 같은 순간들을 자아낸다. 그것은 “로컬 독립영화의 대표주자가 되어버린 장우진 감독이 그리는 아스라한 한겨울밤의 꿈”(이주현)이기도 하다. 그렇게 장우진 감독은 “작품을 거듭하며 더욱 무르익고 새롭게 진화 중”(임수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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